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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밴드스쿨 '둥둥따~ 둥둥따~' 무료한 삶이여 아듀! -10/19 부산일보

최고관리자 | 2010-10-20 | 조회수 : 13902



저녁 8시지만 여긴 칠흑같이 어둡다. 윤산 입구라고 설명을 했는데 찾아가는 도중에 몇 번이나 맞게 가는건지 의심이 들었다. 마침내 건물이 하나 나온다. 부산 금정구 부곡동 '부산 금정청소년수련관'. 외부의 어둠과 달리 내부는 활기가 넘친다. 


오늘의 목적지는 이 건물 3층, 음악 스튜디오이다. 문을 열자 '둥둥따~ 둥둥따~' '틱틱틱~' '딩딩딩~' '쿵~쿵~'. 신나는 악기 소리가 들려온다. '어른들을 위한 꿈의 놀이터'가 펼쳐지고 있다.

'철 없는 어른들을 위한 금정밴드스쿨'
"평범한 사람도 무대에 설 수 있다"
기타·베이스기타·드럼 등 강습 열기




·어른들, 밴드에 빠지다!

요즘 인기 예능 프로그램으로 떠오른 KBS '남자의 자격'. 얼마전 끝이 난 합창단 미션은 많은 국민을 울리며 지금까지도 출연자들이 화제가 되고 있다. 그 합창단 미션을 하기 전에 '폭풍 감동'을 미리 안겨 준 것이 거의 1년에 걸쳐 진행돼 지난 8월 중순 최종회가 방영된 '밴드 미션'이었다.

중년 아저씨들이 처음으로 악기를 배우고 합주를 하는 기쁨, 아마추어 밴드 대회에 나가 입상하기까지의 모습은 많은 이들에게 신선한 자극을 주었다. 왕초보였던 이들이 처음으로 합주를 맞출 때의 설렘과 서로를 믿으며 하나의 소리를 내고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많은 이들이 공감을 했다.

지난 달 종영한 SBS 드라마 '나는 전설이다'는 여성들에게 밴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아줌마들이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밴드를 구성해 연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탤런트 김정은이 열연한 '전설희'는 밴드 활동을 통해 가족에 묻혀 잊어 버렸던 자기 정체성과 자아 존중감을 찾는 캐릭터이기도 했다.

이들 프로그램의 게시판에는 '결혼을 하고 밴드 활동을 하고 있는 직장인이다. 드라마를 보며 밤새 눈물을 쏟았다.' '나를 변화시킨 프로그램이다. 서른이 다 되도록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드럼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기타를 배운 지 열흘이 됐다. 프로그램에 나오는 음악을 직접 연주해보고 싶다' 등 뜨거운 공감의 글들이 쏟아졌다.

실제로 드라마에 나온 음악들은 한 때 아이돌 그룹을 물리치고 음악 차트 1위에 올랐고, 포털 사이트에서는 연주하는 동영상과 사진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 밴드 활동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느끼게 했다.


·정말 배워보고 싶었는데 이제야 해요

매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금정청소년수련관 3층에서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얼굴의 어른들을 만날 수 있다. 지난 9월 말 시작된 '철없는 어른들을 위한 금정밴드스쿨'의 6기 참가자들이다. 드럼과 기타, 베이스로 나누어 수업이 진행된다. 밴드에서 실제 활동하는 연주자들이 강사로 참여해 왕초보들에게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기자가 찾은 날은 두 번째 시간이라 그런지 연주라기보다는 소리를 내는데 만족하는 분위기이다. 불협화음이 느껴지는 와중에 드럼 풀세트가 설치된 작은 스튜디오에서 괜찮은 리듬이 들린다.

"어! 배우신 지 오래되셨나봐요?" "지난 5기에 이어 6기에 다시 등록했어요."

서글서글한 아저씨 인상의 김광주(50) 씨. 스무 살 때 드럼 소리를 처음 접하고 그 리듬에 푹 빠졌다. 그러나 생업 때문에 미루다가 30년만에 드디어 배우고 싶었던 드럼에 도전한 것이다. "너무 즐겁고 행복하죠. 진짜 기분 좋아요." 김 씨는 친구들과 함께 밴드를 조직해 시골을 찾아다니며 어르신을 위한 음악 봉사를 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기타와 색소폰을 연주하는 친구는 이미 확보된 상태란다.

그 옆 스튜디오에선 좀더 숙달된 리듬이 들린다. 4기, 5기에 이어 6기에도 등록한 김영식(54) 씨이다. 중학교 음악교사인 그는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밴드를 조직해주고 싶은 바람이 있다. "기타와 건반은 연주하는데 드럼을 못해서 배우러 왔어요. 드럼을 어느 정도 익히면 이제 베이스 기타로 넘어갈 거예요. 아이들에게 악기를 가르치고 합주하는 과정을 통해 음악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려주게 되죠."

또 하나의 스튜디오에선 묵직한 소리가 들린다. 베이스기타반이다. "왕초보예요. 부끄러우니까 저 찍지 마세요." 20대 후반의 남성이 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손사래를 친다. 직장인 밴드를 조직하고 싶어서 동료와 함께 여기를 찾았단다. 동료는 기타반에, 자신은 베이스반에 등록을 했다.

기타반에서 능숙한 솜씨를 뽐내는 한 여성은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하는데 기타 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공간을 찾아 여기까지 왔다. 벌써 3기째 등록을 했는데 지난 기수에선 밴드를 조직해 공연도 몇 번 해 본 베터랑이다.

드럼반 강사인 이훈무(밴드 나초푸파의 드럼주자) 씨는 "열정을 가지고 배우는 이들을 만나면 나 역시 신선한 자극을 받는다"며 "개인적으로 사설학원에도 강사로 나가고 있는데 여기 금정청소년수련관 밴드스쿨 학생들의 열의가 휠씬 뜨거운 것 같다"고 한다.


·서로를 믿고 음악을 만들어가는 밴드가 좋아요!

금정밴드스쿨을 기획, 운영하는 수련관의 김태훈 씨는 "악기를 배우고 합주를 하면 평소 느끼지 못하는 짜릿한 즐거움이 있다"고 소개했다. 무료한 삶에 활기를 줄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뭔가를 해 냈다는 성취감이 굉장히 크단다.

알고 보니 김태훈 씨도 낮에는 금정청소련수련관의 프로그램 운영자로 일하지만 밤이 되면 인디 밴드 '일요일의 패배자'의 리드 기타 겸 싱어로 활약한다. 밴드 멤버들 대부분이 일을 하는 직장인들이니 직장인 밴드인 셈이다. 그런 이유로 밴드스쿨에 찾아오는 사람들의 마음이 이해되고 더 반갑다고 했다.

"성인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재미있는 놀이가 아닐까요?" "나를 표현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찾았다고 할까요?" "드라마 속 여자 주인공 전설희를 보며 '아! 이거다' 싶었어요." "평생 놀 수 있는 나만의 취미를 찾은거죠." "평범한 사람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나요? 무조건 좋아요."

이날 밴드스쿨에서 만난 사람들이 '왜 밴드를 하려느냐'라는 질문에 내놓은 답들이다. 이유가 어찌됐든 한밤까지 신이 나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열정이 멋져 보였다.

김효정 기자 teresa@busan.com

사진=강선배 기자 ksun@


 
· '철 없는 어른들을 위한 금정밴드스쿨'은

부산 금정청소년수련관은 특성화 시설로 전문 음악 스튜디오를 갖추고 있다. 노래를 녹음해서 음반을 만들 수 있는 녹음실을 비롯해 노래와 악기 연주가 가능한 연습 스튜디오가 들어가 있다.

수련관에서는 분기별로 청소년·성인을 대상으로 악기 강습을 진행하고 있는데 그 중에서 성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철 없는 어른들을 위한 금정밴드스쿨'이다.

지난 9월 30일에 시작해 12월 말까지 주 2회 '6기 밴드스쿨'이 현재 진행 중이다. 기타와 베이스기타, 드럼 등 3개 반이 있고 각 반의 정원은 10명. 현재 기타와 드럼 9명, 베이스기타 2명 등 모두 20명이 수강하고 있다. 교육비는 3개월에 12만 원으로 사설학원에 비해 무척 저렴하다. 원하는 이들에게 기념 음반을 만들어 주는 프로그램도 상시 운영하고 있다. 051-581-2070~2.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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