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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되고 스타크래프트·롤은 왜 안돼?

관리자 | 2014-08-08 | 조회수 : 8187

바둑은 되고 스타크래프트·롤은 왜 안돼?

프로게이머 홍진호씨 두뇌형 캐릭터로 각광, 게임 통해 스포츠맨십 등 함양 가능머니투데이|홍재의 기자|입력2014.08.08 09:00

 

# 20여년전, 육모씨(61)는 중학생 아들에게 바둑을 가르치고자 했다. 컴퓨터 게임을 좋아했던 아들 육씨(37)는 좀처럼 바둑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바둑 학원도 소용없었다. 조훈현, 조치훈의 성공 스토리를 수없이 이야기하며 조언했지만 아들 육씨는 그들이 누군지 아직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 얼마 전 결혼한 육씨는 조카들과 명절에 모여 스타크래프트를 하자고 제안했다. TV에 나오는 홍진호, 임요환을 보며 '폭풍 저그', '황제 테란' 등에 대해 이야기 했지만 아이들은 관심이 없다. 조카들은 LoL을 하러 가야 한다며 우르르 몰려나갔다. LoL이 뭔지 모르는 육씨는 PC방에 가서 올 줄 모르는 아이들이 걱정스럽다.

 

바둑과 스타크래프트, LoL(리그오브레전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상대와 지략 대결을 펼쳐 승부를 겨뤄야 한다는 점, 때에 따라 내기도 가능하고 기량이 좋으면 또래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점. 20세 전후가 되면 기본 소양으로 어느 정도 실력을 갖춰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사회적 평판은 완전히 다르다. 바둑이 대대로 신선놀음, 두뇌스포츠로 인정받아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으로까지 진입한 반면 아직 스타크래프트와 LoL은 무익한 컴퓨터 게임 취급이다. e스포츠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아직 중장년층은 그다지 좋은 인식을 갖고 있지 않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

 

90년대까지 바둑학원은 어린이들의 필수코스였다. 바둑은 집중력과 자제력, 공간지각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데 큰 도움이 된다고 여겨져 왔다. 바둑올림픽으로 불리는 '응씨배' 1회 대회에서 우승한 조훈현 9단은 당시 카퍼레이드 환영을 받으며 금의환향 했다.

 

학부모는 게임의 중독성을 지적한다. 최근 추진되고 있는 '인터넷 게임중독 예방 및 치유지원에 관한 법률(일명 손인춘법)',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4대 중독법)'도 게임은 위험하다는 생각을 기저에 깔고 있다.

 

최근 개봉한 정우성 주연의 영화 '신의 한수'는 바둑을 모티브로 한 도박판을 다뤘다. 주인공은 프로 바둑 기사였다가 바둑 도박에 연루돼 친형의 복수를 하기 위해 도박판으로 뛰어든다. 적어도 이 영화에서 바둑은 인터넷 게임 중독보다 위험하게 보인다. 신선놀음에 도끼자루 썩는 줄 모른다는 설화에서도 바둑의 몰입성, 중독성을 엿볼 수 있다.

 

장근영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팀장은 중독성은 단순하게 설명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평소에 축구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월드컵을 하면 굳이 새벽에 일어나서 축구를 보게 된다는 것. 게임의 중독성이 심하고 축구의 중독성이 덜 한 것이 아니라 똑같은 경쟁 요소를 갖고 있더라도 누구와 경쟁을 하느냐에 따라 중독성은 달라진다.

 

게임 중독에 빠지는 사례는 단순 게임의 중독성 때문이 아니라 역기능적 가족관계, 학교나 또래 관계에 의한 부작용 탓이 크다. 게임을 차단한다고 효과 있는 것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장 팀장은 "스스로 게임 중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자존감도 낮아져있고 우울증도 심하다""외부에서 하는 활동은 대부분 많은 자신감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게임은 자신감을 가장 적게 필요로 하는 활동이라 실패해도 자신감 결여가 적어 빠지게 되는 것이다"고 말했다.

 

 

멀티플레이 게임 통해 스포츠맨십 기를 수 있어

 

오히려 게임을 통해 배울점도 있다고 한다. 그는 "혼자 하는 게임은 이용자에게 지속적으로 좌절을 가져다주고 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그 좌절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기술을 습득해야 하고 안전하게 반복할 기회를 주기 때문에 그 과정 속에서 최소한의 자기 통제력을 습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0년대 이후 유행한 스타크래프트나 LoL은 친구들과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 게임이다. 바둑이 11 승부 위주라면 컴퓨터 게임은 협동심을 통해 상대를 이겨야 한다. 상대의 수를 읽어야 승리할 수 있다는 점도 바둑과 다를 바 없다.

 

이 때문에 함께 즐기는 멀티플레이 게임의 경우 사회성을 고취시켜 줄 수 있다. 장 팀장은 "멀티플레이 게임은 스포츠맨십을 훈련시킬 수 있다""바둑도 마찬가지로 상대방 입장을 이해해야 상대를 이길 수 있기 때문에 규범이나 입장 바꿔 생각하기 등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근 TV스타로 거듭난 '폭풍 저그' 홍진호씨도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 출신이다. 그는 '더 지니어스' 등에 출연해 수준 높은 추리 능력을 뽐내며 두뇌형 캐릭터로 각광받고 있다. 90년대 바둑 기사가 지식인으로 평가받았다면 이제는 빠른 순발력과 두뇌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그 자리를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게임에 너무 빠져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일의 우선순위를 스스로 판단하고 거기에 맞춰서 행동할 수 있도록 가르쳐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하루에 몇 시간 게임을 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학생의 본분으로 숙제는 다 했는지, 식사 때 제 때 같이 식사를 하러 오는지, 가족 구성원으로서 그날 해야 할 일을 다 했는지 등을 먼저 지키도록 하라는 것이 장 팀장의 조언이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최근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은 청소년의 인터넷 게임 심야 이용시간을 제한하는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법안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고 밝혔다. 이번에 발의된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법안에 명시된 '인터넷게임 중독' 용어를 '인터넷게임 과몰입'으로 대체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김 의원은 "인터넷 게임 중독이 의학계에서도 명확한 기준이 없는 용어다""중독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경우 게임의 다양한 기능에 대한 고려 없이 인터넷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에게 중독자라는 부정적 낙인이 찍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머니투데이 홍재의기자 hj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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