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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는 네 알 바 아냐?

관리자 | 2013-11-26 | 조회수 : 9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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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서울 신촌은 후덥지근했다. 30℃가 넘는 대낮에, 그 거리를 뛰다시피 종종걸음 쳤다. 서강대에

 

서 조교 일을 마치고 나서, 신촌로터리에 있는 던킨도너츠 매장까지 15분 안에 주파해야 했다. 숨이 턱

 

까지 차올랐다. 도착하자마자 매장 한켠 주방 안에 숨어든다. 땀이 흥건한 옷을 유니폼으로 갈아입는

 

다. 냉장고, 오븐, 싱크대, 옷장까지 들어찬 주방은 한 사람이 겨우 서 있을 만큼 좁았다. 그나마 미닫이

 

문이라도 있어 다행이다. 아르바이트(알바) 학생 대여섯 명이 돌려입는 유니폼은 낡아서 구멍이 나 있

 

었다. 유니폼은 2주에 한 번씩 빤다는데도 늘 더러웠다.

 

 

11개 대형 프랜차이즈 법 위반율 86.4%

 

 

 근무시간은 정오부터 오후 6시. 6시간 내내 꼬박 서 있어야 했다. 커피, 에이드, 스무디, 빙수…. 음료

 

종류만 수십 가지였다. 여름이라 차가운 음료 주문이 밀려들었다. 손님이 뜸할 때 잠시 멍하니 있을라

 

치면, 점장은 “음료 만드는 법이라도 외워두지 뭐하고 있냐”고 다그쳤다. 근로기준법에는 4시간 일하

 

면 30분 이상의 휴게 시간을 주도록 돼 있다. 그러나 화장실 가는 시간이 유일한 휴식이었다. 카운터

 

뒤에 의자가 놓여 있었지만, 앉을 엄두도 못 냈다. 점심 식사는 건너뛰었고, 아침까지 거른 날은 고달팠

 

다. 3주가 지나서야, ‘유통기한 지난 빵’을 선반에서 꺼내먹어도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점장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터 시켰다. “왜 안 쓰냐”고 두어 차례 채근했더니, 그제

 

야 근로계약서를 내밀었다. 그런데 임금 받는 날짜, 휴일 등 기본적인 근로조건도 제대로 명시되지 않

 

은 계약서였다. 교대 시간에 마주친 저녁 시간대 알바들은 “야간수당도 못 받는다”고 했다. 근로기준

 

법상 밤 10시 이후는 야간근로에 해당한다. 매장 마감 시간은 밤 11시였다. 알바 시급은 4860원. 딱 올

 

해 최저임금만큼이었다. 앞서 면접을 본 은평구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선 그나마도 ‘수습’ 기간에 시

 

급 3천원대를 주겠노라고 했다. “일을 제대로 못하면 해고된다”는 으름장도 덧붙였다.

 

 

 한 달 만에 알바를 그만뒀다. 마지막 날 점장에게 휴게 시간과 야간수당에 대해 따져물었더니, 점장은

 

“그런 건 어떻게 알았냐? 이렇게 작은 매장에서 인건비 올려주면 우린 어떻게 버티냐”고 민망한 듯 웃

 

었다. 지난 11월13일 만난 김윤영(24)씨는 “대기업 프랜차이즈 알바는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

 

다.

 

 

 알바도 노동자다. 그러나 현실에선 노동자가 아니다. 근로계약서도 안 쓰고, 최저임금조차 못 받는 경

 

우가 많다. 고용주들은 나이 어린 알바를 ‘애’ 취급하면서 노예 부리듯 다룬다. 알바들은 ‘정당한 권

 

리’를 제대로 모르거나, 알아도 말 못한다. ‘파리 목숨’이라서다. 근로기준법을 비롯한 노동관계법의 사

 

각지대에 놓여 있는 알바들은, 노동자이면서도 노동자가 아니다.


 

 특히 카페베네,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세븐일레븐 등 이름만 대면 아는 대형 프랜차이즈들이 ‘알

 

바 착취’의 주범이었다. 고용노동부가 지난 11월12일 내놓은 근로감독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고용노

 

동부는 지난 8~9월 국내 11개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가맹점 770곳을 포함해 청소년과 대학생을 주로

 

고용하는 총 946곳의 사업장을 근로감독했다. 근로계약서에 근로조건을 제대로 명시하지 않거나, 직

 

장 내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하지 않는 등 노동관계법 위반율은 85.6%에 달했다. 지난해(91.7%)보다

 

다소 떨어졌다고는 해도, 11개 대형 프랜차이즈의 법 위반율(86.4%)은 평균을 웃돌았다.

 

 

프랜차이즈 점장이 ‘악의 근원’?

 

 

 이번에 고용노동부는 처음으로 브랜드별 법 위반율을 공개했다. 불명예스러운 1위는 카페베네(98.3%)

 

가 차지했다. 표본이 된 거의 모든 가맹점이 걸린 셈이다. ‘프랜차이즈 공룡’인 SPC그룹 브랜드는 상위

 

다섯 손가락 중에 3개나 포함됐다. 배스킨라빈스(92.6%) 2위, 던킨도너츠(91.3%) 3위, 파리바게뜨

 

(87.9%) 5위였다. 세븐일레븐(89.6%)과 뚜레쥬르(86.5%)도 평균치보다 높은 법 위반율을 보였다.

 

 

 부산의 한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석 달여 일한 우새하(21)씨는 10월치 월급을 아직 못 받았다. 매달 10

 

일이면 전달 월급이 통장으로 들어오는데, 지난 11월4일 알바를 그만둔 탓인지 감감무소식이다. 처음

 

알바를 시작했을 때 우씨가 받은 월급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시간당 4400원이었다. 시급이 얼마인

 

지는 첫 월급을 받고 나서야 알았다.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았고, 아무도 시급을 알려주지 않았다. 나중

 

에 다른 알바들한테 들으니 ‘매달 100~150원씩 시급을 올려준다’고 했다. 우씨는 밀린 급여를 받아내

 

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진정서를 넣을 예정이다.

 

 

 지난 6~7월 파리바게뜨 동국대점에서 일했던 희정(19)씨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새벽 6시30분부터 6

 

시간씩 주 5일을 근무했어요. 일이 너무 힘들어 알바들이 자꾸 그만두니까, 시급은 5천원으로 비교적

 

잘 챙겨주더라고요. 그런데 같이 알바하던 외국인 유학생은 처음에 시급 4300원을 받고 일했다고 하대

 

요. 물정을 모른다고 최저임금도 안 준 것 같았어요.” 희정씨는 점장한테 휴게 시간을 요구했다가 잘렸

 

다. 한 달짜리 근로계약을 맺은 지 2주 만이었다. 점장은 “방학이라 매출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댔다. 점

 

장은 외출할 때도 늘 휴대전화로 매장 안에 설치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을 지켜보며 알바들의 일

 

거수일투족을 감시했다.

 

 

 그렇다면 ‘악질’ 프랜차이즈 점장이 ‘악의 근원’일까? 겉으로 보기엔 그렇다. 현행법상 알바와 근로계

 

약을 맺는 주체는 가맹점주다.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처벌받는 대상도 이들이다. 그러다보니 SPC그룹

 

등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은 “우리 책임은 아니다”라고 발뺌한다. 자신들은 브랜드를 빌려주는 대가

 

로 가맹점주와 계약을 맺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한 회사 관계자는 “(알바 착취 논란은) 브랜드 이미

 

지에 큰 타격이지만, 아무리 가맹점주들을 교육해봤자 본인들이 안 지키면 답이 없다. 가맹점주가 노

 

동관계법을 지키지 않으면 가맹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라도 있으면 차라리 낫겠다”고 말

 

했다.

 

 

 고용노동부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에 노동관계법 준수 의무조항을 포함

 

시키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 쪽이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사이의 가맹 관계

 

와, 가맹점주와 알바 사이의 고용 관계는 별개”라며 난색을 보이고 있어 법 개정은 쉽지 않은 상황이

 

다.

 

 

“회사가 실태 파악하고 지속적으로 점검해야”

 

 

 그렇다고 해서 프랜차이즈 가맹본부들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현행 가맹사업법에도, 가맹본

 

부는 가맹점 사업자와 직원에 대한 교육·훈련, 가맹 사업자의 경영 활동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을 하도

 

록 돼 있다. 넓게 해석하면, 여기엔 근로기준법 준수 등에 대한 교육·지도가 포함된다. 실제로 가맹본부

 

소속 지역담당자들은 수시로 매장을 방문해, 제품 품질이나 위생 상태 등을 점검한다. 다만 ‘노동’이 관

 

심사가 아니었을 뿐이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했던 우새하씨는 “본사 직원을 두어 번 만났는데 ‘정

 

량에 맞춰 커피 만드는 법을 시범해봐라’고 했을 뿐, 근로계약 등의 사항은 전혀 묻지 않았다”고 말했

 

다. “지역담당자 매장 방문 등을 통해 수시로 노동관계법 준수를 환기시킨다”는 회사 쪽 설명과 현실

 

은 거리가 멀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5월 주요 프랜차이즈 최고경영자와 임원들을 불러, 노동관계법에

 

대한 가맹점주 자체 교육과 지도·감독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구교현 알바노조 위원장은 “SPC그룹만 해도 전국 5천 개 이상의 매장에서 수만 명의 알바 노동자들

 

이 일하고 있다. 그런데 알바 노동자들을 회사 차원에서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다. 알바 노동자들의 실

 

태를 파악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점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 출 처 : 한겨레 황예랑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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